82년생 김지영 - 조남주
말도 많고 탈도 많은 논란의 소설 '82년생 김지영'을 읽었다.
이 책의 이야기는 소설이며 동시에 80년 초 여자가 겪었던 사회 현실이다
사실 소설의 탈을 쓴 한풀이 가 이 책의 전체 이야기이에 가깝다 할 수 있다.
이 사회에서 여자라면 누구나 겪을만한 차별, 불편, 불안, 불평등을 공감 할 수 있게 나열하였으며
그리고도 모자란 부분은 뒤에 의사 이야기로 다시 한번 보충하였다
이 책을 읽는 내내 두가지 생각이 함께 들었다
우선 첫째는 주인공 김지영의 삶이 안타깝고 불쌍하며 처량하다
80년대 초에 태어난 평범한 주인공이 한국사회를 겪으면서
여자로써 겪는 불편함,힘듦에 대해 담담하게 늘어놓는다.
작가는 '내가 힘들다 내가 불쌍하다' 라고 절절하게 말하는 1인칭의 방식이 아닌
김지영씨는 이렇다 저렇다 로 담담하게 늘어놓는 일련의 사건들이
이야기를 더 현실적으로 보이게 하고 그래서 더 안타깝게 만들었다.
남자로써는 불편하게 생각하지 못했던 사소한 이야기들이
여자의 입장에서 쓰여지니 주위에 제정신이 아닌 남자들이 많고 항상 불안할 수 밖에 없는 현실이 읽는 내내 답답했다
이 사회가 여자에게 요구하는 것이 결코 쉽고 만만한 것이 아님을 알 수 있었다.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작가는 살아가면서 겪는 다른 감정들
즉, 기쁘거나 행복하거나 보람되거나 성취해내거나 하는 감정과 사건들은 무시하고
서러움과 피해의식을 느낄만한 일만 다 나열해 놓은 것 같아 읽으면서 불편한 느낌이 들었다
예를 들면, 직장을 그만두면서 느낀 서러움 같은 부분도
주인공은 정말 직장생활이 행복한데 단지 여자라는 이유만으로
차마 '너무나 행복한 자기자야 실현의 욕구'를 접어야만 하는 현실이 너무 억울한것만 같게 적어 한편으로는 감정이입이 되지 않고 답답했다
(진정 자아실현의 욕구로 회사를 다니는 사람보다는 돈벌기 위해 억지로 다니는 직장이 더 현실성 있는 표현일듯하다.)
출산의 기쁨과 애기가 커가며 행복한 부분 들과 같은 사소하게나마 행복할 수 있는 부분은 다 제외하고
불편함과 피해의식을 느낄만한 부분만 포커스를 맞춰 적다보니 특정 성별로써의 억울함에 과하게 몰입하는 불편한 소설이 되었다.
물론 한편으로 다르게 생각하면,
그렇기 때문에 누군가 이 이야기와 동일한 불편함을 느꼈을 만한 사람들에게는
더 격하게 공감을 느끼고 함께 울분을 토할 수 있는 소재가 될 수도 있다.
사실 내가 이런 불공평한 부분들을 '현실에 비해 과하다'거나 '너무 피해망상이다' 라고 평가하는 자격이없을지도 모른다
왜냐하면 나는 이 성적 불평등 상황에서의 피해자가 아니기 때문이다
물론 가해자 라고는 할 수 없지만 사회가 만들어놓은 불평등에 대한 피해를
직접 경험해보지 않은 상황에서 여성으로써 겪는 불편함이 엄살이다 말할 수 없다
이 책을 읽을 때, '우리내 아버지도 이런게 힘들었다' 라거나 '직장에서 힘쓰는 일은 남자만 한다' 등의 반론을
쏟아내는 것은 무의미 하다고 생각한다.
상처받거나 피해 입은 사람들에게 제일 하면 안되는 위로가
'다른사람도 그래', '남들도 힘들어 너만 억울한거 아니야' 라는 것이라 한다.
누가누가 더, 어느 성별이 더 힘들었다라는 경연대회가 아닌만큼
'아 80년대 초의 여자가 사는 세상은 이랬구나..'
'이런 건 옛날이야기야, 요즘 회사에서 이러면 큰일나지'
'요즘에도 이런 불편함은 그대로 남아있어'
이런식으로 누구는 공감하고, 누구는 위로 받으며, 누구는 몰랐던 부분에 대해서 이해하면 되는 것이다.
비교적 최근에 소설을 원작으로 개봉한 '82년생 김지영' 영화의 경우 성대결의 논란을 피하기 위해서 인지는 몰라도
소설의 불편한 갈등 보다는 해결해 나가는 치유의 과정에 중점들 두었다 한다.
(하지만 결국 성대결의 소재로 이슈화 되는 것은 막지 못하였다.)
끝으로 이 소설을 '잘못 된 페미의 교과서'로 호도하는 글도 많이 보았는데,
개인적으로는 편견을 버리고 남자들도 함께 많이 읽어보는것을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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